나의 아저씨
My Mister
인생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따뜻한 온기
지친 삶 속에서, ‘버티는 법’ 말고 ‘기대는 법’을 배우게 되는 드라마
그런데 어느 날, 아주 조용한 친절 하나가 삶을 바꿔 놓는 순간이 있습니다. 누가 거창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도 아닌데, 그저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오늘’을 견딜 수 있게 되는 밤이요.
<나의 아저씨>는 바로 그 밤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작품입니다. 상처받은 두 사람이 서로를 ‘구원’하기보다, 서로를 ‘살게’ 해 주는 이야기. 그래서 이 드라마는 결말 해석이 복잡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보고 나면 마음이 단정해집니다. “아, 사람은 사람으로 살아나는구나.”• • •
상처받은 영혼들의 만남: ‘감시’로 시작된 관계가 ‘위로’가 되기까지
박동훈(이선균)은 마흔다섯, 회사에선 권력 싸움의 한복판에 놓여 있고, 집에선 관계의 균열을 버티고 있습니다. 겉으론 “괜찮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은 매일 조금씩 무너지고 있는 남자입니다.
이지안(IU)은 스물한 살, 생존이 전부인 삶을 살아갑니다. 빚에 쫓기고, 병든 할머니를 돌보며, 세상과의 연결을 스스로 끊어 버린 채 움직이는 사람. 표정이 없는 얼굴은 차가움이 아니라 ‘살기 위한 방어’처럼 보입니다.
두 사람은 따뜻하게 만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도청’이라는 차가운 장치로 연결되지요. 동훈의 약점을 잡으려는 누군가의 계획 속에서, 지안은 동훈을 “관찰”합니다. 그런데 그 관찰은 뜻밖에도 동훈이 어떤 사람인지, 그의 일상이 얼마나 성실하고 선량한지, 그리고 그 선량함이 얼마나 슬픈지까지 보여 줍니다.
동훈에게 지안은 혼란 속에서 오래 기다리던 ‘어른’의 얼굴이었고, 지안에게 동훈은 처음으로 자신을 “이용할 대상”이 아니라 “사람”으로 대해 준 존재였습니다. 그래서 이 관계는 로맨스로 단정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보다 깊고, 그보다 조용한 감정으로 서로를 살립니다.
연기와 대사, 그리고 골목의 공기: 화면을 가득 채운 ‘진짜 감정’
이선균의 박동훈은 ‘살아낸 얼굴’입니다. 한숨을 크게 내쉬지 않는데도, 그 사람이 얼마나 오래 버텨 왔는지가 보입니다. 말보다 침묵이 많은 캐릭터인데, 그 침묵이 비어 있지 않다는 점이 더 아프게 다가옵니다.
IU의 이지안은 반대로, 감정을 최대한 눌러서 표현합니다. 눈빛은 텅 비어 있는데, 그 텅 빈 자리에서 조금씩 온도가 돌아오는 과정이 놀라울 만큼 섬세합니다. 과장 없이, 울부짖지 않고, “그냥 살아 있기”를 연기하는데도 시청자는 마음이 무너집니다.
그리고 이 드라마의 강점은 ‘주인공 둘’만의 힘이 아닙니다. 박동훈의 삼형제(박호산·송새벽)와 동네 사람들은 웃기면서도 슬프고, 한심하면서도 애틋합니다. 누군가는 인생이 망했다고 말하지만, 그 망한 인생에도 밥을 먹고 웃는 날이 있다는 걸, 드라마는 담담하게 보여 줍니다.
김원석 감독의 연출은 비, 골목, 희미한 조명, 낡은 벽지 같은 ‘현실의 질감’을 끝까지 붙잡습니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화려하지 않은데도 잊히지 않습니다. 인물의 감정이 과장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더 진짜처럼 마음속으로 들어옵니다.
Special Point: 드라마의 숨결을 완성한 OST
<나의 아저씨>는 음악이 감정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감정이 흐를 자리를 만들어 줍니다. 그래서 OST는 장면을 밀어붙이지 않고, 그 장면이 우리 안에서 오래 머물게 합니다.
재생 버튼만 눌러도, 그 밤의 거리와 두 사람의 눈빛이 그대로 떠오릅니다. 어떤 드라마는 장면이 남고, 어떤 드라마는 대사가 남는데, <나의 아저씨>는 ‘공기’가 남는 작품이고, OST는 그 공기를 끝까지 지켜 줍니다.• • •
“오늘을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이 드라마는 화려한 희망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대신 아주 작은 문장으로 사람을 살립니다. “오늘만 버텨.” “밥은 먹었어?” 같은 말들요. 별것 아닌데, 이상하게 마음이 풀어지는 말들입니다.
<나의 아저씨>가 남기는 결론은 단순합니다. 상처는 지우는 게 아니라, 함께 견딜 수 있을 때 비로소 ‘덜 아파진다’는 것. 그리고 어쩌면 치유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누군가의 ‘존재감’에서 시작된다는 것 말입니다.
"신뢰와 위로, 어쩌면 사랑일지도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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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는 몰랐습니다. 내 작은 위로가 누군가에겐 삶을 지탱하게 하는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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