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Another Miss Oh
이름이 같을 뿐인데… 삶이 흔들릴 때, 우리는 결국 ‘나’를 다시 찾는다
이름이 같을 뿐인데, 인생이 달라졌다
세상에는 같은 이름이 참 많습니다. 누군가는 그 이름 덕분에 ‘한 번 더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누군가는 그 이름 때문에 ‘늘 비교되는 사람’이 되기도 하지요. <또 오해영>은 그 사소한 차이가 어떻게 한 사람의 자존감을 갉아먹고, 또 어떻게 다시 회복시키는지 끝까지 따라갑니다.
겉으로는 로맨틱 코미디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이 드라마가 진짜로 꺼내 보여주는 건 사랑보다도 더 근본적인 질문입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아 본 적이 있었나?” 그리고, “사랑은 결국 나를 구해내는 일이 될 수 있나?”
그래서 시간이 지나 다시 봐도, 우리는 웃다가도 문득 목이 잠깁니다. ‘평범함’이라는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위로가 아니라, 꽤 오래된 상처일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이 너무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 •
오해로 시작된 관계, 죄책감으로 번진 사랑
박도경(에릭)은 “완벽해 보이는 사람”입니다. 능력도 있고, 감각도 있고, 무엇보다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단단히 고정해 둔 사람이죠. 그런데 그 단단함의 안쪽엔, 결혼 직전 사라져 버린 사람(전 약혼녀 오해영)에게서 시작된 오래된 상처가 있습니다.
그 상처가 ‘복수’라는 이름으로 잘못된 방향을 택하는 순간, 엉뚱한 누군가의 삶이 무너집니다.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정말 그것뿐이라는 이유로—‘그냥 오해영(서현진)’은 한순간에 파혼을 겪고, 설명도 없이 밑바닥으로 떨어집니다.
여기서 이 드라마가 잔인하게 잘하는 게 있습니다. 불행이 “거창한 악의” 때문에만 생기는 게 아니라는 것. 누군가의 오해, 누군가의 성급함, 누군가의 자존심이—서로 맞물릴 때—얼마나 쉽게 타인의 인생을 부숴버리는지 말입니다.
도경이 해영을 마주할수록 사랑은 더 낭만적이기보다 더 불편한 얼굴을 합니다. 죄책감이 먼저이고, 미안함이 뒤따르며, 그 뒤에야 마음이 따라오는 순서. 그래서 이 관계는 달콤하기만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사랑이 정말 내 몫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남깁니다.
무너진 마음을 ‘수습’하는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 •
서현진의 ‘날것’, 에릭의 ‘침묵’이 만든 감정의 파도
<또 오해영>이 특별해지는 순간은 ‘설정’이 아니라 ‘연기’에서 옵니다. 서현진은 ‘그냥 오해영’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습니다. 망가질 때 망가지고, 울 때 숨이 넘어가고, 미워할 때 미움이 얼굴에 그대로 남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는 불편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그녀의 감정을 목격하게 됩니다.
반대로 에릭이 연기한 박도경은 말을 아낍니다. 차갑게 닫힌 표정, 오래 멈춘 시선, 아주 조금 늦게 나오는 한마디. 그 ‘빈칸’이 많을수록, 도경이 안에 숨겨 둔 감정은 더 크게 울립니다. 두 배우의 결이 다른 연기가 맞붙으니, 로코의 익숙한 장면조차 생경한 온도를 갖게 됩니다.
또 하나, 이 작품의 ‘현실감’은 조연 캐릭터들에서 완성됩니다. 웃기면서도 서늘한 순간이 있고, 유쾌한 대화 끝에 갑자기 삶의 민낯이 튀어나오기도 하지요. 그렇게 이 드라마는, 누군가에게는 “너무 현실적이라 아픈” 로코가 됩니다.• • •
평범하다는 말의 잔인함, 그리고 자존감의 복원
두 명의 오해영은 같은 이름을 가졌지만, 세상이 그들에게 붙인 라벨은 다릅니다. ‘예쁜 오해영’과 ‘그냥 오해영’. 이 단순한 구분이 한 사람을 얼마나 오래 흔들 수 있는지, <또 오해영>은 이상하리만큼 솔직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작품이 남기는 가장 큰 울림은 로맨스의 결말이 아니라, “나를 나로 인정하는 순간”에 있습니다. 누군가의 기준에서 탈락하지 않으려고 애쓰던 사람이, 어느 날 불쑥 자기 편이 되어주는 순간. 그때 사랑도 비로소 ‘상’이 아니라 ‘쉼’이 됩니다.
미래를 보는 설정은 판타지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드라마가 말하는 건 단순합니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예감’을 품고 삽니다. 또 무너질까 봐, 또 버려질까 봐, 또 틀릴까 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선택하는 일. 그 선택이 쌓여서, 결국 사람은 자기 자신을 구해내는지도 모릅니다.
Special Point · 감정을 끝까지 데려가는 OST
<또 오해영>을 다시 보게 만드는 결정적 장치는 OST입니다. 장면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인물의 속마음을 ‘한 박자 먼저’ 꺼내 보여주는 음악들. 그래서 어떤 순간에는 대사보다 노래가 더 정확하게 마음을 설명해 줍니다.
설렘의 시작과 불안의 결을 동시에 품은 곡. ‘행복해질까 봐 무서운 마음’을 조용히 붙잡아 줍니다.
말을 아끼는 사람의 고백처럼, 늦게 도착한 진심을 차분히 끌어올리는 발라드.
관계의 온도가 변하는 순간마다 배경을 채우며, 장면을 ‘추억’으로 굳혀 버리는 힘이 있습니다.
드라마의 현실적인 결을 한층 짙게 만드는 곡. 사랑이 아름답기만 하지 않다는 사실을 담담하게 들려줍니다.
이 OST들이 좋은 이유는, 감정을 대신 울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감정을 ‘정확히 이름 붙여’ 조용히 옆에 앉아주는 방식. 그래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도 마음이 쉽게 꺼지지 않습니다.
Global Critic Sco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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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해도 괜찮다—사랑은 결국, 나를 나로 돌려놓는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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